첫 번째와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거의 말이 없고 주변인들의 대사나 상황 변화에 수동적으로 반응합니다. 그만큼 섬세한 연기가 필요했을 것이고, 정적인 연기를 통해 설득력 있는 감정을 표현해 내는 것이 연기자로서 굉장히 힘들었을 것으로 짐작됩니다. 비언어적 요소들로 영화를 파악하기 위해 영화를 감상하는 내내 시각과 청각이 평소보다 훨씬 민감해진 덕분에, 눈동자의 흔들림, 눈을 감는 속도와 속눈썹의 떨림, 시선과 고개의 각도, 목젖의 울림, 발성의 미묘한 변화 등 그의 연기를 더 섬세하게 감지하고 몰입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세 번째 이야기-사랑편에서 그는 비교적 적극적으로 말과 행동을 하는 인물로 등장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특히, 재회한 과거 연인과의 단 둘만의 씬에서 몰입도가 훌륭했다고 봅니다. 절제된 연기와 격렬한 감정의 분출 모두를 요구하는 본 영화를 촬영할 당시 그의 나이가 겨우 30-31세 정도였던 것을 감안한다면 더더욱 그의 극중 인물과 상황에 대한 높은 몰입도와 이해도가 놀라울 따름입니다.